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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2020년 MLB 드래프트를 앞두고 MLB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는 "2020시즌은 100% 열릴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5월부터 KBO리그가 시작됐고 6월말부턴 NPB도 개막을 예고한 가운데 MLB도 곧 열릴 것이란 기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6월 16일 만트레드는 1주일도 안돼서 "시즌이 열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위험요소가 있다"며 말을 뒤집는다. 오죽하면 신시내티 투수 트레버 바우어는 "1주일 만에 시즌이 열린다에서 열리지 않는다로 바뀐 근거를 말해라"라며 맨프레드를 대놓고 비꼴 정도로도 급격한 태세 전환이 이루어졌다. 

 

맨프레드 사태뿐 아니라 최근 미디어에 언급되는 구단주와 선수노조 사이의 줄다리기를 보면 미국이 과연 프로스포츠의 최정점 국가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팬? 역사? 스포츠 정신? '돈이 문제야'

코로나 때문에 시즌 개막을 연기했던 지난 3월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기 위해 양측은 최선을 다한다"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잡힐 기세는 보이지 않고 6월 5일 사망자가 11만명을 넘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연구에선 연말까지 20만명의 미국인이 코로나 때문에 사망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설마 했던 사태가 다가오자 구단주와 노조, MLB 사무국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6월 10일 세인트루이스의 빌 드윗 단장이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구단은 수익성이 좋지 않다. 선수들도 야구단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구단주들이 큰 희생 속에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시카고 컵스의 톰 리케츠 구단주도 6월 3일 "야구 경기 자체로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면서 선수 영입과 구장 정비 등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고 항변했다.  

 

이런 언론 플레이와 동시에 선수노조에게는 82경기 스케줄로 시즌을 진행하는 단축시즌과 함께 MLB 사무국을 통해 2020시즌 얻은 수익을 구단과 선수가 50대 50으로 나눠 갖는 계획을 제안한다. 

 

이미 3월 노조와 합의에선 

1. 선수들의 서비스 타임을 인정해주고 

2. 뛴 기간만큼 연봉을 산출해 주겠다 는 조항과 함께 

"이 합의에 대해 다음에 절대 토 달지 말라"는 식의 '청구권 포기' 조항까지 달았으면서 말이다. 만약 리그 사무국이 제시한 수익 공유제를 시행하게 된다면 구단이 어떤 막대한 손해를 입던 그 손해를 선수들이 연봉에서 무제한 까이며 갚아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선수노조도 이런 계산을 알고 있기에 리그 사무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리그 개막일이 결정되면 알려달라"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남긴다. 그렇다면 구단주들은 선수들이 이런 제안을 받지 않을 걸 알면서 왜 제안을 한 것일까? 

 

 

누군가 욕을 먹을 거라면 '네가 먹어라'

사실 누구도 공식적으로 입에 올리고 있지 않지만, 2020시즌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코로나가 올해 안에 잡힐 가능성은 0%에 가깝고 리그 진행 도중에 선수나 스탭 중 1명이라도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기사가 나온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이런 리스크를 안고 리그 개막을 진행할 강심장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리그 취소가 결정된다면 각 팀 별로 1억 3천만 달러에 가까운 손해가 발생함과 동시에 팬들과 언론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아무런 노력 없이 리그를 취소할 경우 선수노조에게 '3월 협의대로 리그 개막에 노력 없이 리그를 취소해 연봉을 주지 않았다'라며 법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여지도 높았다. 그렇다면 이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바로 엄청난 연봉을 받으면서 야구는 하지 않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배부른 선수'들이 그 타깃이 된 것이다. 구단주들은 되지도 않을 제안을 하며 '우리는 리그 재개를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주며 선수들을 리그 취소의 원흉들로 만드는데 혈안이 됐다. 

 

만약 선수들이 단축시즌+수익 공유제 제안을 받는다면 그거야 말로 구단들이 '땡큐'인 상황이다. 단축시즌으로라도 리그를 개막하면 중계권 수익과 포스트시즌 입장권 수익만으로도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이미 선수들의 연봉을 깎을 대로 깎았고 구단 스태프들은 코로나 사태와 함께 정리하면서 인건비도 싹 손을 봐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푼이라도 손해를 볼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행보들이다. 프로스포츠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싸인 훔치기'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가뜩이나 젊은이들이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MLB가 돈 때문에 리그까지 취소할 경우 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고민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무관중에도 경기를 열고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KBO리그와 K리그 팀들이 순진한 것일까? 

 

프로스포츠의 선진국이라 여겨졌던 미국이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니었음을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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