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NBA 결승전' 커리와 하든, 전설을 만들 준비를 마치다

'공격은 팬을 만들고 수비는 우승을 만든다' 

농구에서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내려오던 이야기였지만 최근 농구 트렌드는 이런 관념 자체를 부숴버렸다. 

5월 15일 NBA 서부지구 결승매치업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와 '휴스턴 로케츠'의 대결이 시작된다. 사실상 결승전이란 평가를 받는 이번 시즌 최고의 팀들이자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팀들의 맞대결이다. 

골든스테이트와 휴스턴의 맞대결은 제대로 된 농구 규칙을 갖춘 현대 농구 시대에 가장 공격적인 팀들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이다. 1973-74시즌 이후 100퍼제션 당 기대득점 112 이상을 기록한 팀들의 첫 맞대결로 골든스테이트가 112.24득점을 휴스턴이 112.23득점을 기록했다. 정말 0.01점 차이의 미세한 차이로 리그를 압도한 팀들이었다. 

스테픈 커리와 제임스 하든 시대를 맞은 이후 두 팀은 이미 플레이오프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쳐 모두 골든스테이트가 승리를 가져간바 있다. 2015년 서부컨퍼런스 결승에서 그리고 2016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4승 1패로 휴스턴을 따돌렸다. 하지만 당시는 골든스테이트가 홈 어드벤티지를 가져간 반면 이번 시즌엔 휴스턴이 홈 어드벤티지를 가져간다. 이번 시즌 3번의 맞대결도 2승 1패로 휴스턴이 우위에 있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3년간 NBA 파이널을 진출하며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우승 이후에도 챔피언팀들이라면 당연히 따라붙는 자잘한 일정들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을 갖기 못했다. 이로인해 2017-18시즌 부상자들이 유독 많았고 58승 24패로 65승 17패를 기록한 휴스턴에게 서부지구 1위 자리를 내줬다. 스테픈 커리가 31경기를 결장했고 케빈 듀란트가 14경기, 클레이 톰슨이 9경기를 결장했다. 

게다가 휴스턴엔 최고의 포인트가드라 불리는 크리스 폴이 합류했다. 클리퍼스에서 대형 트레이드로 이적할 당시만해도 7명이나 퍼주면서 영입해야할 가치가 있는지, 볼 소유욕이 강한 하든과 상생할 수 있을지, 최근 잔부상을 달고 뛰었기에 내구성에 문제는 없는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폴은 평균 18.6득점-7.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하든과 함께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클리퍼스 시절 막강한 전력에도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넘지 못했던 폴은 하든과 함께 드디어 지구 결승전 무대를 밟게 됐다. 

물론 휴스턴이 이길 가능성이 무조건 높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정규시즌 1위에 목메지 않고 오로지 우승을 위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한 측면이 크다. 어짜피 결승에서 휴스턴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면 선수들을 무리시켜서 1위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휴식을 주고 컨디션을 조절하며 2위를 차지하고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실제로 커리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가 되서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뉴올리언스와의 2라운드 시리즈 4경기에 출전해 평균 24.5득점-경기당 3.8개의 3점슛을 폭발시켰다. 

이번 맞대결은 적어도 2010년대를 통틀어 가장 화끈하고 의미있는 플레이오프 대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그에서, 역사상 통틀어서도 가장 공격적인 팀들의 맞대결이면서도 공격을 풀어내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도 리그 트렌드를 선도하는 팀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선점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의미있는 패싱게임을 통해 슛 찬스를 만들어내는 골든스테이트와 팀 패스는 리그 30위권이지만 하든과 폴의 돌파와 동료 선수들의 넓은 공간 활용으로 슛 찬스를 만들어내는 휴스턴의 맞대결은 농구에서 이렇게 공격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4년 연속 커리 vs 르브론 매치업'이 될지 '휴스턴 vs 보스턴의 또다른 클래식 매치업' 이 될지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NBA팬들에게 행복한 5월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