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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치사율 자체는 낮지만 놀라운 전파력과 노약자들에게 극도로 취약한 바이러스란 점에서 사회 전반에 두려움이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이들과 맞서기 위해 기존 사회질서에서 받아들이는데 보수적이었던 요소들, 사회적 거리두기-재택 근무-화상 면접-온라인 배송을 빠르게 익히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그 이후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삶의 모습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스포츠 역시 기존 팬들이 갖고 있는 관념들을 뒤집어놓고 있다. 

 

매 시즌 우승이라는 절대 가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고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정답이었지만, 이젠 건강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많은 스포츠 리그가 적으면 1달~많으면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단순히 경기를 안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기엔 어마어마한 규모의 스폰서 계약과 이벤트 프로모션, 선수들의 수당, 이들에 연계되어 있는 사업들이 중단된다는 것을 뜻한다. 

 

 

고베어는 한순간에 무개념으로 찍혔다

 

12일 오클라호마시티-유타전을 불과 10분 앞두고 리그 중단을 선언한 NBA의 경우 더 뼈아픈 상황임에도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 

 

2020년은 NBA에게는 정말 힘든 시즌이었다. 시즌 시작 전 휴스턴의 대릴 모리 단장이 홍콩을 지지하는 트윗을 남겨 엄청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자국을 포함한 중화권 이외의 팬들은 그의 발언을 응원했지만, NBA를 후원하던 중국 기업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휴스턴을 스폰서 하던 기업들은 물론이고 NBA를 후원하던 기업들도 줄줄히 발을 빼기 시작했다. 애덤 실버 총재의 진화 발언과 야오밍의 노력 덕분에 갈증이 표면적으로 봉합되긴 했지만, 중국 기업의 NBA 후원 규모는 예년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 NBA는 인도 기업 마힌드라로부터 후원을 받고,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루이비통, 코냑 등 고급 브랜드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프랑스 게임에는 사상 최다 후원을 받기도 했다. 5년 15억 달러의 계약을 맺은 텐센트는 시즌 초반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시즌이 어느정도 흐른 이후 정상적으로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코비 브라이언트의 죽음이 중국과 NBA의 인연을 다시 끈끈하게 만들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 선수였다. 코비 자신도 "중국이 제 2의 고향"이라 말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었고 NBA 데뷔 이후 20년간 거의 매년 중국을 방문에 농구 교실을 열었다. (덕분에 대한민국도 코비 브라이언트가 비교적 자주 방문했다) 르브론 제임스가 코비 입국전까지 자신들에게 몰렸던 팬들이 코비 브라리언트에게 몰려가는 것을 목격하고 "내가 제일 인기 많은 줄 알았는데"라며 에피소드를 털어놓을 정도였다. 코비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 농구팬들이 돌아오면서 NBA도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몇몇 매체들은 모리 트윗의 대가가 400만 달러 이상은 넘지 않을 것 이라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코비의 희생(?)으로 회복된 NBA의 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디 어슬레틱'에 의하면 남은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최대 5억 달러까지 잃을 것이라 전망했다. 우리 돈으로는 약 6,035억 원이다. 

 

당장 선수들에게 경기 수당이 끊길 것이고, 인센티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줄어든 수입은 다음 시즌 샐러리캡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수입의 감소는 개개인의 연봉이 줄어드는 것을 떠나 선수단의 규모나 구단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만약 구단이 재정을 줄이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구단 직원과 코칭 스탭, 보조 요원들부터 줄이려 할 것이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때도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것은 구단의 직원들이었다. 또한 이들을 취재하는 미디어, 예를 들어 ESPN, YAHOO SPORTS는 물론이고 지방 매체들도 직원 줄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시기였다. 이때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 

 

연고지에 프로스포츠 구단을 둔 도시 상권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구단 직원이 바로 연고지 주민들이고, 이들이 직업을 잃는다는 것은 그 도시의 상권이 죽는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NBA는 아직 시즌이 한창이라 논란이 덜하지만 시즌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던 유럽축구나 농구는 우승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단계에 다다랐다. 리버풀은 20년만에 리그 우승을 목전에 두고 팬과 사회의 건강보다 우승이 중요한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에 시달리고 있고 울버햄튼의 트라오레는 유로파리그 16강을 앞두고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축구를 하고 있다"라며 자조섞인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다른 이슈 때문이라면 우승을 목전에 두고 결과물을 잃게 생긴 팀에게 조롱의 시선들이 한껏 쏟아졌겠지만, 현재 사태는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 모두 스포츠보다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것이 온지구를 초월한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각국에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적어도 올해말에는 치료제가 나와 종식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과 스포츠 전반의 사태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규범과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쩌면 스포츠와 자신의 팀에 목 메어 살던 사람들, 그리고 돈이라면 환장하던 선수과 구단들에게 그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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